여름도 되고 옷차림이 가벼워지니 가방도 가볍고 싶었다.
들고 다니던 기저귀 가방이 너무 크고 무거워서
한참 유행이었던 (한물간?) 망태기 가방을 하나 가지고 싶었다.
폭풍 검색을 해봤지만 마음에 드는 색상, 크기, 모양을 찾기 쉽지 않았고
대부분 DIY 패키지로 실만 주문해서 만들어야 하는 것들이 많았다.
고민 고민..
이거 한번 시작하면 계속할 텐데..
애 키우면서 차마 할 짓은 아닌 것 같아서 참고 참았지만
결국 질렀다.
네이버에서 검색하다가 마음에 드는 모양과 색상을 찾아서 주문.
[ 솜솜한 손뜨개 ] 핑크 보라 색상에 꽂혀서 일단 주문. ㅋㅋ
미니 망태기 가방과 일반 망태기 가방이 있었는데
지금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잘 모르겠다.
망태기 가방 실과 도안 패키지를 주문했다.
코바늘을 처음 접했던 건 초등학생 때 방과 후 학교 수업 중에 잠깐 정도?
그때 단소 주머니 하나와 손잡이 달린 작은 파우치 하나.
두 가지를 만들었던 기억이 전부다.
그 뒤로 할 시간도 없었지만 관심도 없었다는..
신랑 따라 시카고에 갈 결정을 하고..
미국에 가서 애 데리고 돌아다닐 수 있을까?
집에 틀어박혀할 만한 게 뭐가 있을까?
미뤄뒀던 자격증 공부나 영어 공부를 할까 고민도 했는데
엄마 껌딱지 딸냄이 나를 가만히 둘까 싶어서 진작에 포기했다..ㅎㅎ
뜨개질은 왠지 손에 익으면
애를 보면서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고민하다가 일단 도전.
배송이 엄청 빨랐다.
주문하고 우체국 택배로 바로 발송돼서 엄청 빨리 받았던 거 같다.
물론 내 손으로 도안을 주문했지만
도안은 1도 못 보던 나라서..
판매자 님께 카톡을 보내면 영상자료를 보내주신다고 해서
도안 못 보는 나는 판매자 님께 톡을 했다.
친절하고 빠르게 도움을 주신 덕분에 동영상을 돌려가면서
하나하나 따라 해보려고 하는데..
매직링이 뭔지..
한길긴뜨기는 뭔지..
뺴뜨기는 뭔지..
ㅋㅋㅋ
지금 내가 생각해도 무식했던 거 같다.
당황해서 어떻게 해야 하나 영상을 재생, 일시정지를 무한 누르면서 쪼개가며 봤지만
기초 자체를 모르는 나로서는 이게 맞는지, 저게 맞는지 도저히 모르겠었다.
그래서 참고하게 된 유튜브.
코바늘 매직링 만들기
코바늘 한길 긴 뜨기
코바늘 빼뜨기
등등
여러 분들이 영상을 올려주신 덕에 많은 도움이 됐다.
하나하나 검색해가면서 연습하고 숙지한 뒤,
다시 영상을 멈춰가면서 한 코, 한 코 뜨기 시작했다.
엉성하지만 완성한 첫 작품.
작품이라고 하기도 민망하지만 어쨌든 망태기 가방. ㅎㅎ
실수한 부분은 나만 아는 혼자만 부끄러운 가방이었다.
주변에서 반응은 좋았다.
내가 이걸 또 할까 싶었지만 지금까지 하고 있는 걸 보니
취미로는 적성에 맞나 보다.
나만 아는 부끄러운 가방.
가방끈 색이 다른 건 실이 부족해서
동생 떠주려고 했던 실을 슬쩍해서 내 가방에 보태서 떴다.
한 두 번 들고 다니다 보니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계속 눈에 보였고
결국엔 처음부터 다시 뜨기 위해 다 풀었다.
좀 크게 뜬다고 실 두 뭉텅이를 다 썼더니 푸는 것도 오래 걸렸다.
다시 뜨려니까 귀찮기도 하고..
오랜만에 만난 엄마가 내가 뜬 가방을 보더니
엄마도 망태기 가방 같은걸 하나 사려고 보고 있었다면서
잘됬다고 하나 떠달라고 하고..
내 것 뜨고 바로 동생 꺼도 떠주기로 했는데..
(동생이 제대로 된 가방 하나 안 들고 다니고 귀찮다고
검은 봉지, 쇼핑백에 물건 넣어 다니는 게 꼴 보기 싫었다.ㅋㅋ)
다시 만들기까지 처음보다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처음보다 마음에 드는 가방을 완성했다.
좀 더 모양새 있게 떠서 실수한 코도 없고
처음 가방보다 더 크게 떠서 많이 넣을 수 있고
보기엔 작아보지만 우리 아기도 들어간다..ㅋㅋ
(어릴 때 들었던 망태기 할아버지 이야기가 생각났다.)
태슬 만들기도 유튜브를 참고해서 남은 실로 요래 조래 만들어 봤다.
올여름 잘 들고 다녔다.
ps. 지금은 또다시 분해돼서 새로운 가방이 되었다고 한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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